리넨 책상 위에 놓인 시나리오 원고와 연필, 클립

시나리오 쓰는 법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아이디어를 한 문장짜리 로그라인으로 만들고, 시놉시스와 큰 비트로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고, 씬 리스트로 장면을 짠 다음, 정해진 양식으로 초고를 빠르게 쓰고, 모든 장면이 제 몫을 할 때까지 고쳐 씁니다. 장편 영화는 보통 러닝타임 100~120분 분량으로, 할리우드 양식으로는 90~120쪽 안팎입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멈춰 버린 원고는 대부분 이야기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어디서 끝나는지 정하기 전에 장면부터 쓰기 시작해서 멈춥니다. 아래 단계는 이야기의 가장 작은 형태에서 가장 큰 형태로 나아가기 때문에, 앞에서 내린 결정이 다음 단계를 쉽게 만들어 줍니다.

시나리오란

시나리오는 영화나 드라마 한 회의 설계도입니다. 관객이 보고 듣게 될 것만 현재형으로 적은 문서이고, 씬 번호와 장소·시간, 지문, 인물, 대사라는 정해진 양식으로 쓰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화면을 떠올리며 따라갈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같은 문서를 흔히 극본 또는 대본이라고 부릅니다. 자세한 정의는 시나리오란 페이지에 있습니다.

시나리오 쓰기는 소설보다 건축에 가깝습니다. 인물의 생각을 서술할 수도, 내레이션으로 과거사를 설명할 수도, 문장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머물 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행동, 장소,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말로 보여 줘야 합니다.

시나리오 쓰는 방법 7단계

  1.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전제를 찾습니다. 인물, 목표, 장애물, 실패하면 벌어질 일.
  2. 로그라인과 시놉시스를 쓰고, 아이디어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 시험해 봅니다.
  3. 구조를 잡습니다. 처음, 중간, 끝에서 이야기를 꺾는 비트를 정합니다.
  4. 씬 리스트를 만듭니다. 장면마다 한 줄씩.
  5. 고치지 말고 초고를 빠르게 씁니다.
  6. 구조, 장면, 대사, 마무리 순으로 나눠서 고쳐 씁니다.
  7. 양식을 정리하고 표지를 붙여 깔끔한 PDF로 내보냅니다.

1. 장면이 아니라 전제에서 시작하기

전제는 이야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국밥집 사장이 죽은 친구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는 전제이고, ‘비 오는 밤의 국밥집’은 배경일 뿐입니다. 장면을 쓰기 전에 누구의 이야기인지, 그 사람이 무엇을 간절히 원해 행동하게 되는지, 무엇이 가로막는지, 실패하면 무엇을 잃는지 정하세요.

2. 로그라인과 시놉시스로 시험하기

로그라인은 전제를 한두 문장으로 줄여 대본을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일찍 써 보는 것 자체가 진단입니다. 주인공의 목표나 중심 갈등을 이름 붙일 수 없다면, 초고도 같은 자리에서 헤맵니다. 한국에서는 공모전이든 제작사 투고든 대본과 함께 기획의도, 등장인물, 시놉시스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 이 단계에서 시놉시스까지 써 두면 나중에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로그라인 가이드에서 공식과 예시를 볼 수 있습니다.

3. 비트 잡기

비트는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건, 주인공이 뛰어드는 결정, 중간의 반전, 최저점, 클라이맥스. 3막 구조, 15비트 시트, 영웅의 여정이 같은 비트를 세 가지 해상도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틀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기승전결도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말을 먼저 정하세요. 끝을 알면 중간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입니다. 비트시트 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4. 씬 리스트 만들기

씬 리스트(장면 개요)는 비트를 장면으로 바꿉니다. 장면마다 한 줄씩, 어디서 일어나는지, 누가 나오는지, 끝날 때 무엇이 바뀌는지 적으세요. 위에서 아래로 읽으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장면을 찾으면, 그것이 잘라 낼 장면입니다. 쓰기 전에 지우는 편이 쓴 뒤에 지우는 것보다 훨씬 덜 아픕니다. 트리트먼트를 따로 쓰는 작가라면 이 리스트를 산문으로 풀어 쓰면 됩니다.

5. 초고는 빠르게

초고는 고쳐 쓰기 위해 존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쓰고, 앞쪽을 고치고 싶은 마음을 참으세요. 행동 한가운데서 장면을 열고, 최대한 늦게 들어가서, 바뀔 것이 바뀌면 바로 나오세요. 지문은 짧은 문단으로, 보이고 들리는 것만 씁니다.

S#12.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밤)

텅 빈 의자들. 자판기가 웅웅거린다.
순자(60대), 손바닥 위의 동전을 센다. 백 원이 모자란다.

자판기 화면에 ‘거스름돈 없음’이 깜박인다.

순자,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자판기를 한 번, 정확하게 찬다.

캔 하나가 떨어진다. 또 하나. 그리고 여섯 개가 더.

순자    (자판기에게) 고마워.

짧은 예시지만 기본이 다 들어 있습니다. 씬 번호와 장소·시간, 현재형 지문, 처음 등장할 때 이름 뒤에 붙인 나이, 괄호 지시, 대사 한 줄. 위 예시는 한국식으로 썼고, 할리우드 양식에서는 장면 제목을 영어 대문자로, 대사를 인물 이름 아래 가운데 단으로 씁니다. 요소별 쓰는 법은 시나리오 양식 가이드에 모두 있습니다.

6. 나눠서 고쳐 쓰기

시나리오는 고쳐 쓰면서 좋아지고, 한 번에 길게 고치기보다 초점을 정해 여러 번 고칠 때 가장 잘 됩니다. 구조 수정(막이 제때 꺾이는가)을 먼저 하고, 그다음 장면 수정(모든 장면이 무언가를 바꾸는가), 인물 수정(인물마다 원하는 것이 있는가), 대사 수정, 마지막으로 다듬기를 합니다. 아래 ‘시나리오 고쳐 쓰는 법’에서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7. 양식 정리와 내보내기

읽는 사람은 양식이 흐트러지면 바로 알아챕니다. 할리우드 양식이라면 Courier 12pt와 표준 여백, 올바른 쪽 넘김을 지키고, 한국식이라면 제출처가 정한 양식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시나리오 전용 프로그램을 쓰면 여백을 손으로 맞출 일이 없습니다. 제목과 이름, 연락처를 적은 표지를 붙이고 PDF로 내보냅니다.

시나리오 첫 장면은 어떻게 시작할까

문제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세요. 첫 쪽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세우고 그 사람의 세계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암시해야 합니다. 심사위원이나 제작사 기획 PD는 첫 몇 쪽에서 계속 읽을지 결정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콜드 오픈입니다. 설명 없이 상황 한가운데서 열고, 관객이 따라잡게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시작하든 날씨, 꿈, 알람 시계로 여는 것은 피하세요. 그런 오프닝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장면 하나를 써 버립니다.

시나리오 결말은 어떻게 맺을까

1막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끝내세요.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증명하는 선택을 하게 만들어야 하고, 마지막 이미지는 첫 이미지를 되울리거나 뒤집어야 합니다. 중심 질문이 답해진 뒤에 장면을 덧붙이지 마세요. 관객이 이미 아는 것을 확인시키는 장면이 하나 더 있을 때마다 결말의 힘이 빠집니다.

짧은 예시로 배우기

대본을 읽는 것이 양식과 리듬을 익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시나리오 뮤지엄에는 콜드 오픈, 말하지 않고 보여 주기, 전화 통화 교차 편집, 대사의 속뜻, 단일 공간, 보이스오버까지 기법 하나씩을 담은 1쪽짜리 오리지널 시나리오 여섯 편이 있고, 각각 내 프로젝트로 열어 고쳐 볼 수 있습니다.

막마다 해야 할 일

초고는 대개 예측 가능한 곳에서 길을 잃습니다. 쓰기 전에 막마다 할 일을 알아 두면 도움이 됩니다.

1막: 문제까지 빨리 가기

1막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순간으로 소개하고, 사건의 발단으로 그 삶을 흔들고, 쉽게 물러설 수 없는 목표를 받아들일 때 끝납니다. 장편이라면 앞쪽 25~30쪽 정도입니다. 흔한 실패는 길게 늘어진 설정입니다. 관객은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그 사람의 하루를 전부 알 필요가 없습니다.

2막: 키우고, 꺾기

2막은 대본의 절반이자 초고가 가장 많이 멈추는 곳입니다. 모양을 주세요. 목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얽힘,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나 좇는 방식을 바꾸는 중간점, 막 끝 무렵의 최저점. 시퀀스마다 처지가 달라진 채로 끝나야 하고, 같은 장애물이 크기만 바뀌어 반복된다면 2막이 처지고 있는 것입니다.

3막: 선택하게 하기

3막은 짧고 결정적입니다. 주인공은 이야기가 가르쳐 준 것을 쓰고, 가장 강한 모습의 적과 맞서, 대본 전체가 묻던 선택을 합니다. 중심 플롯을 먼저 풀고 서브플롯이 바로 뒤따르게 하세요. 결말 장면 하나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보여 주기에 충분합니다.

시나리오 고쳐 쓰는 법

초고를 며칠 묵혀 두었다가, 아무것도 고치지 말고 한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여백에 메모만 하세요. 한 번에 읽어야 쪽마다 고칠 때는 보이지 않는 속도 문제가 보입니다.

  1. 구조 수정: 막마다 제자리에서 꺾이는가, 결말이 처음의 질문에 답하는가. 장면을 통째로 옮기고 합치고 자르는 단계입니다.
  2. 인물 수정: 주요 인물 한 명씩 대본 전체를 따라가 봅니다. 나오는 장면마다 원하는 것이 있는가, 주인공은 변하는가.
  3. 장면 수정: 늦게 들어가고 일찍 나옵니다. 장면마다 무엇이 바뀌는지 묻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장면은 자를 후보입니다.
  4. 대사 수정: 소리 내어 읽고, 인물마다 말투를 다르게 하고, 화면에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대사를 지웁니다. 대사 쓰는 법을 참고하세요.
  5. 다듬기: 지문을 조이고, 양식과 오타를 고치고, 목표 분량과 쪽수를 맞춰 봅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질문만 하세요. 구조와 대사를 동시에 고치려 하면 대개 둘 다 고쳐지지 않습니다. 단계마다 새 버전으로 저장해 두면 원고를 비교하고 잘라 낸 장면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표지

표지는 단순하게 만듭니다. 가운데에 제목, 그 아래 ‘각본 홍길동’처럼 작가 이름, 아래쪽에 연락처를 적습니다. 날짜, 고 번호, 로고, 그림은 넣지 마세요. 공모전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원고에 이름을 쓰지 말라고 하는 곳이 많으니 응모 요강을 꼭 확인하세요. 할리우드 양식의 표지는 표지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Scenaloom에서 써 보기

Scenaloom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쓰는 온라인 시나리오 프로그램으로, 입력하는 대로 양식을 맞춥니다. Enter와 Tab으로 장면, 지문, 인물, 대사 사이를 오가고, 편집 화면과 PDF 내보내기가 같은 조판을 씁니다. 아시아 형식을 고르면 씬마다 번호가 붙고 ‘이름:대사’ 한 줄 대사로, 할리우드 형식을 고르면 Courier Prime 12pt로 정리됩니다. 비트 보드, 개요, 장면 보드가 같은 원고에서 읽히기 때문에 대본을 고치면 구조에도 바로 반영됩니다. 무료 플랜으로 대본을 시작해 보세요. 카드 등록은 필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나리오는 얼마나 길게 써야 하나요?

장편 영화는 러닝타임 100~120분 분량이 보통이고, 할리우드 양식으로는 90~120쪽 안팎입니다. 한국식 양식은 글자 크기와 줄 간격에 따라 쪽수가 달라지니, 공모전이나 제출처가 분량을 정해 두었다면 그 기준을 따르세요.

시나리오 한 편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만, 기획과 구성에 몇 주, 초고에 한두 달, 수정에 그 이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정해진 분량을 쓰는 습관이 전체 기간을 가장 크게 줄여 줍니다.

시나리오와 대본은 다른 건가요?

대본은 연극, 방송, 영화 등 공연과 촬영에 쓰는 글을 두루 가리키는 넓은 말이고, 시나리오는 주로 영화 대본을 가리킵니다. 드라마는 극본이라고도 부릅니다. 쓰는 요소는 거의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려면 전용 프로그램이 필요한가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글이나 워드로 쓰면 양식을 손으로 맞추느라 시간이 듭니다. 시나리오 프로그램은 입력하는 대로 양식을 맞추고 쪽수를 정확히 보여 줘, 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꼭 개요를 짜야 하나요?

대부분의 작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씬 리스트를 먼저 정해 두면 초고가 멈추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개요 없이 쓰는 작가도 있지만, 그 경우 고쳐 쓰는 단계에서 구조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 더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