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 쓰는 법의 핵심은 모든 대사에 할 일을 주는 것입니다. 인물을 드러내거나, 갈등을 밀고 나가거나, 관객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실어 나르는 일입니다. 인물은 자기 감정을 선언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말합니다. 좋은 대사는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실제 말보다 훨씬 짧고, 돌려 말하며, 그 아래에 속뜻이 깔려 있습니다.
심사위원이나 제작사 PD가 시나리오를 펼치면 가장 먼저 판단하는 것이 대사입니다. 귀로 들리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말투, 서브텍스트, 설명 대사, 리듬 같은 대사 작법을 먼저 다루고, 이어서 한국 시나리오에서 대사를 적는 형식을 정리합니다.
대사 잘 쓰는 법: 좋은 대사란 무엇인가요
좋은 대사는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합니다. 정보만 전하는 대사는 밋밋합니다. 같은 정보라도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서 무언가를 얻어 내려고 애쓰는 와중에 나오면, 그때부터 장면이 됩니다.
- 인물을 드러냅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는지, 말의 속도, 피하는 화제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줍니다.
- 갈등을 싣습니다. 다정한 대화에도 작은 줄다리기가 있습니다. 누가 계산할지, 누가 먼저 사과할지, 누가 화제를 돌릴지.
- 이야기를 움직입니다. 대화가 끝나면 무언가가 달라져 있어야 합니다. 결정이든, 관계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든.
- 짧습니다. 영상 대사는 대부분 한두 줄입니다. 긴 대사도 있지만, 그 길이를 감당할 만한 순간에만 씁니다.
인물마다 다른 말투 만들기
말투는 그 인물이 말하는 방식의 패턴입니다. 어휘, 문장 길이, 리듬, 농담하는 대상, 절대 입에 올리지 않는 말까지 포함합니다. 간단한 시험이 있습니다. 대본 한 쪽에서 인물 이름을 가리고 읽어 보세요. 누가 말하는지 모르겠다면 말투가 너무 비슷한 것입니다.
- 말투가 어디서 오는지 정합니다. 나이, 고향, 직업, 학력, 그날의 기분. 같은 교통사고도 간호사와 변호사는 다르게 설명합니다.
- 인물마다 말버릇을 하나씩 줍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기, 문장을 끝맺지 않기, 숫자로 정확하게 말하기, 농담으로 넘기기 같은 것입니다.
- 문장 길이를 다르게 합니다. 한 사람은 토막 난 말로, 다른 사람은 주어와 서술어를 다 갖춘 조심스러운 문장으로 말합니다.
- 힘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힘 있는 사람은 말이 적고 자주 끊으며, 힘 없는 사람은 말끝을 흐리고 설명을 덧붙입니다.
존댓말과 반말은 한국어 대사의 큰 무기입니다
영어에는 없지만 한국어 대사에는 말의 높낮이가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존댓말을 쓰는지, 언제 반말로 바뀌는지만으로 관계와 서열, 감정의 변화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내내 "선배님"이라고 부르던 후배가 처음으로 반말을 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사건입니다. 반대로 친구끼리 갑자기 존댓말을 쓰면 거리가 생겼다는 신호가 됩니다. 인물표에 서로 어떤 말을 쓰는지 적어 두면 장면마다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래는 같은 질문에 두 인물이 답하는 장면입니다. 이름을 가려도 누가 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S#12. 병원 복도 (밤) 강 교수 안정적입니다. 내일 아침이면 더 알 수 있을 거예요. 수아 안정적이라는 게 괜찮다는 거예요, 아니면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음악 바뀌기 직전에 하는 그 말이에요?
강 교수의 대답은 정확하고 조심스럽고 여러 번 해 본 말입니다. 수아의 대답은 길고 불안하며 농담으로 버티려 합니다. 지문 한 줄 없이도 두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서브텍스트: 인물이 말하지 않는 것
서브텍스트는 말 아래에 깔린 속뜻입니다. 인물이 정말 원하거나 느끼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은 감정을 평서문으로 말하는 일이 드뭅니다. 감정을 그대로 말하는 인물은 작가가 쓴 티가 납니다.
Scenaloom의 한 쪽짜리 시나리오 The Interview에서 구직자와 젊은 대표는 빈백 소파와 5년 계획 이야기만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회사가 누구에게든 월급을 줄 수 있는지를 두고 협상하고 있습니다. 둘 다 그 말을 꺼내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두 개의 대화를 동시에 들으며 웃게 됩니다.
고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을 그대로 말합니다.
S#5. 부엌 (밤) 민호 결혼기념일 잊어버려서 화났어. 지은 미안해. 회사 일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어.
두 번째는 갈등을 평범한 일 아래에 묻어 둡니다.
S#5. 부엌 (밤) 민호, 손도 대지 않은 접시 두 개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쏟는다. 지은 밥 했네? 민호 화요일이잖아. 사람은 화요일에도 밥 먹어. 지은 (식탁 위 초를 보고) 민호야... 민호 괜찮아. 어차피 좀 짰어.
두 번째 장면에는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관객은 더 많이 알게 됩니다. 민호는 상처받았고, 그걸 서툴게 숨기고 있으며, 지은이 알아차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요.
설명 대사 없이 정보 전하기
설명이 필요한 정보는 늘 있습니다. 인물이 누구인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흔한 실수는 둘 다 이미 아는 사실을 서로에게 말하는 대사입니다. "형도 알다시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잖아" 같은 대사가 그렇습니다.
- 갈등을 이용합니다. 다툴 때 사람은 사실을 무기로 꺼내기 때문에 정보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 바깥사람을 들입니다. 신입 사원, 아이, 처음 온 손님이 있으면 다른 인물이 설명할 이유가 생깁니다.
- 미룹니다. 관객이 먼저 궁금해하게 두면, 답이 나올 때 더 귀 기울여 듣습니다.
- 보여 줍니다. 사진 한 장, 흉터, 뜯지 않은 고지서 더미가 대사 세 줄을 대신합니다.
- 관객이 알아챌 수 있는 것은 지웁니다. 관객은 빈칸을 채우는 데 능합니다.
리듬: 끊기, 겹치기, 침묵
자연스러운 대사에는 리듬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말을 자르고, 말끝을 흐리고, 동시에 말하고, 아예 입을 다물기도 합니다. 한국 시나리오에서는 흐려지는 말을 말줄임표(...)로 끝내고, 말이 잘리는 순간은 다음 인물의 대사 앞에 (말 자르며)를 붙이거나 끊긴 대사를 말줄임표로 끝내 표시합니다.
S#21. 차 안 (밤) 나영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면... 태준 (말 자르며) 벌써 세 번 끝났어. 나영 그러니까 내 말은... 나영, 말을 잇지 못한다. 와이퍼 소리만 차 안을 채운다.
지문으로 쓴 침묵("말을 잇지 못한다")이나 (사이) 같은 괄호 지시는 장면에서 가장 강한 순간이 되곤 합니다. 무게를 지키려면 아껴 쓰세요.
대본에 대사를 적는 형식
한국 시나리오는 보통 인물 이름을 왼쪽에 쓰고 띄어 쓴 뒤 같은 줄에 대사를 이어 적습니다. 감정이나 행동은 대사 앞 괄호에 짧게 넣습니다. 할리우드 형식은 인물 이름을 대문자로 가운데쯤에 쓰고, 그 아래 좁은 단에 대사를 적는 방식이라 겉모습이 다릅니다.
같은 대사를 두 형식으로 적으면 이렇게 다릅니다. 먼저 한국식 양식입니다.
S#21. 차 안 (밤) 나영 (창밖을 보며)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면... 태준 벌써 세 번 끝났어.
다음은 할리우드 형식입니다. 인물 이름이 대사 위에 따로 오고, 괄호 지시는 그 사이에 들어갑니다.
.차 안 - 밤 @나영 (창밖을 보며)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면... @태준 벌써 세 번 끝났어.
- 인물: 대사하는 사람의 이름입니다. 극 중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통일하고, 처음 등장할 때 지문에 나이를 적습니다.
- 괄호 지시: (웃으며), (작게)처럼 대사가 잘못 읽힐 수 있을 때만 씁니다. 자세한 내용은 괄호 지시 가이드를 보세요.
- 화면 밖 소리: 인물이 화면에 없을 때는 이름 뒤에 (E), 내레이션은 (N), 전화나 스피커를 거친 목소리는 (F)를 붙이는 것이 한국 현장의 관례입니다. 할리우드 형식의 (O.S.), (V.O.)에 해당합니다.
- 동시 대사: 두 사람이 정말 동시에 말할 때는 (동시에)로 표시하거나, 할리우드 형식처럼 두 단으로 나란히 배치합니다. 평범하게 빠른 주고받기에는 쓰지 않습니다.
- 쪽 넘김: 할리우드 형식에서는 대사가 쪽을 넘어가면 아래에 (MORE), 다음 쪽 이름 옆에 (CONT'D)를 붙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MORE와 CONT'D에 있습니다.
여백과 간격 전체는 시나리오 형식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사를 쓸 때 자주 하는 실수
- 감정이나 주제를 그대로 말하는 대사. "나 지금 너무 외로워" 같은 문장입니다.
- 대사마다 이름 부르기. 실제 대화에서 상대 이름을 매번 부르는 사람은 드뭅니다.
- 모든 인물이 작가처럼 말하기. 같은 유머, 같은 어휘가 반복됩니다.
- 아무 데도 가지 않는 인사와 잡담. 대화는 늦게 시작하세요. 씬 쓰는 법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사투리를 과하게 받아 적기. 사투리는 어미와 단어 선택, 리듬으로 느끼게 하고, 지역 출신 배우나 지인에게 한 번 읽혀 확인하세요.
- 존댓말과 반말이 장면마다 바뀌기. 의도한 변화가 아니라면 관객은 실수로 받아들입니다.
Scenaloom에서 대사 쓰기
Scenaloom 시나리오 에디터는 아시아 형식과 할리우드 형식을 모두 지원합니다. 인물 요소에서 Enter를 누르면 대사로 넘어가고, 빈 대사 줄에서 "("를 입력하면 괄호 지시가 시작됩니다. 동시 대사 기능이 들어 있고, 할리우드 형식에서는 쪽이 넘어갈 때 (MORE)와 (CONT'D)가 자동으로 붙습니다.
대사가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지면 Scenaloom AI의 다시 쓰기 모드에서 서브텍스트나 캐릭터 말투로를 골라 다른 표현을 제안받을 수 있습니다. 적용할지는 작가가 정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AI 글쓰기 도구를 보거나 바로 써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대사를 자연스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을 들어 보세요. 토막 난 말, 끼어들기, 얼버무림이 가득합니다. 그다음 실제 말에 섞인 군더더기를 덜어 냅니다. 인물마다 어휘와 리듬을 다르게 주고, 말하는 동안 무언가를 원하게 하고, 가장 중요한 감정은 말하지 않게 두세요. 소리 내어 읽으면 쓴 티가 나는 대사가 금방 드러납니다.
시나리오에서 대사는 어떤 형식으로 쓰나요?
한국 시나리오는 인물 이름을 쓰고 띄어 쓴 뒤 같은 줄에 대사를 적으며, 감정이나 행동은 대사 앞 괄호에 넣습니다. 화면 밖 소리는 (E), 내레이션은 (N)을 이름 뒤에 붙입니다. 할리우드 형식은 이름을 대문자로 가운데쯤 쓰고 그 아래 좁은 단에 대사를 적습니다. 자세한 여백은 시나리오 형식 가이드를 보세요.
대사의 서브텍스트란 무엇인가요?
말 아래에 깔린 속뜻입니다. 인물이 원하거나 느끼지만 직접 말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설거지 문제로 다투는 부부가 사실은 한 사람이 떠날지 말지를 두고 다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서브텍스트가 있으면 장면이 진짜처럼 느껴지고,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알아내게 됩니다.
대사 한 줄은 얼마나 길어야 하나요?
영상 대사는 대본에서 대부분 한두 줄이고, 몇 마디로 끝나는 대사도 많습니다. 고백이나 최후 변론처럼 순간이 요구할 때는 긴 대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사가 네 줄을 넘는다면 장면을 덜어 내거나 주고받기를 늘려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존댓말과 반말은 어떻게 정하나요?
인물표를 만들 때 인물 쌍마다 서로 어떤 말을 쓰는지 정해 두세요. 나이, 직급, 친밀도가 기준입니다. 정한 규칙은 지키고, 바꿀 때는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으로 쓰면 대사 한 줄이 장면 전체의 전환점이 됩니다.
동시 대사는 무엇인가요?
두 인물이 같은 순간에 말하는 대사입니다. 한국 시나리오에서는 (동시에)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할리우드 형식에서는 두 인물의 이름과 대사를 두 단으로 나란히 배치합니다. 둘이 한꺼번에 대답하는 것처럼 정말 겹치는 말에만 쓰고, 빠른 주고받기에는 쓰지 않습니다. 동시 대사 가이드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