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대본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것은 1회입니다. 1회는 이 시리즈가 무엇이고 왜 계속될 수 있는지 보여 주기 위해 쓰는 첫 회로, 미국에서는 파일럿이라고 부릅니다. 1회를 쓰려면 먼저 매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시리즈의 엔진을 정하고, 전제형으로 갈지 비전제형으로 갈지 고르고, 회차 길이에 맞게 구성한 뒤, 1회의 이야기를 맺으면서도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엔딩으로 끝내야 합니다.
1회에는 영화 시나리오에 없는 두 가지 일이 있습니다. 한 회의 이야기로서 만족스러워야 하고, 동시에 닫는 질문보다 여는 질문이 많아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8회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1회 대본의 문제는 대부분 이 둘 중 하나만 해서 생깁니다. 공모전이나 제작사에 드라마 작가로 첫발을 내딛을 때도 심사는 대개 1~2회 대본과 기획안으로 이루어집니다.
드라마 1회는 영화와 무엇이 다른가
드라마 1회가 장편 시나리오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의 변화가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중심 질문을 해결하고, 시리즈는 그것을 이어 갑니다. 1회는 몇 주, 몇 시즌 동안 갈등을 만들어 낼 세계와 인물들과 상황을 소개해야 하고, 그것을 소개하는 동안에도 한 회의 이야기로 시청자를 붙잡아야 합니다.
- 장편 영화: 이야기 하나, 아크 하나, 해결된 결말.
- 드라마 1회: 그 회의 이야기는 맺고, 시리즈의 질문은 열어 두며, 앞으로 매회가 어떤 모양일지 보여 줍니다.
전제형 1회와 비전제형 1회
전제형 1회는 시리즈를 만들어 내는 사건 자체를 보여 줍니다. 낯선 곳에 도착하고, 범죄가 일어나고, 유산을 물려받습니다. 그래서 1회는 일종의 기원담이 됩니다. 비전제형 1회는 이미 굴러가고 있는 세계에 시청자를 떨어뜨려, 평소의 한 회처럼 보입니다. 전제형은 설정을 이해하기 쉽지만 평소 회차와 다르게 느껴질 위험이 있고, 비전제형은 시리즈의 모양을 바로 보여 주지만 세계를 따라잡게 만드는 솜씨가 필요합니다. 한국 미니시리즈는 1, 2회를 묶어 전제를 세우는 경우가 많아, 1회 엔딩에서 사건이 터지고 2회 엔딩에서 주인공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구성이 흔합니다.
드라마 대본 1회 분량
1회 분량은 형식에 따라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양식으로 1쪽을 약 1분으로 보고, 30분 코미디가 25~35쪽, 1시간 드라마가 50~65쪽 정도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보통 회당 60~70분 안팎이고, 대본은 A4에 한국식 양식으로 쓰기 때문에 쪽수보다 방영 시간과 씬 수로 분량을 가늠합니다. 공모전은 응모 요강에 분량을 정해 두는 경우가 많으니 그 기준을 먼저 확인하세요. OTT 시리즈는 회당 길이가 자유로워 30분부터 70분까지 다양합니다.
프롤로그와 콜드 오픈
프롤로그, 미국식으로는 티저나 콜드 오픈은 타이틀 전에 시청자를 붙잡는 짧은 장면이나 시퀀스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이야기의 미래나 과거 한 장면을 먼저 보여 주는 프롤로그를 자주 쓰고, 회차 끝에 덧붙이는 에필로그와 짝을 이루기도 합니다. 1시간 드라마에서는 그 회의 문제를 세우고, 코미디에서는 따로 완결되는 농담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대본에서는 맨 위에 ‘프롤로그’라고 적고, 끝에 타이틀이 들어가는 자리를 표시합니다.
가장 좋은 프롤로그는 문제 안에서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뮤지엄의 1쪽짜리 예시 Last Call은 설정 화면도 과거사도 없이 열고, 반 쪽 안에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것이 오늘 밤 이루어질 수 없는지 알려 줍니다.
회차 엔딩과 막 전환
한국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은 회차 엔딩입니다. ‘엔딩 맛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시청자는 마지막 1분의 장면 때문에 다음 회를 기다립니다. 회차 엔딩은 폭로, 반전, 결정 같은 전환으로 끝나 다음 회를 반드시 필요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방송사 드라마는 같은 역할을 광고 시간 앞의 막 전환이 나눠 맡아, 1시간물을 보통 네 막에서 여섯 막으로 짭니다. 한국도 2021년부터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서, 한 회 안의 중간 지점에도 작은 훅을 거는 일이 늘었습니다.
할리우드 양식 대본에서는 막마다 새 쪽에서 시작해 막 이름을 가운데 적고, 끝에 막이 끝났다는 줄을 둡니다. 한국식 대본은 막 구분 없이 씬 번호를 이어 가되, 프롤로그와 타이틀, 엔딩의 자리를 분명히 표시합니다. 최소한의 형태는 이렇습니다.
프롤로그
S#1. 여객선 부두 (새벽)
여객선 한 척이 빈 부두에 닿아 있다. 승선교가 내려져 있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순경 한경희(30대), 손전등으로 갑판을 비춘다. 옷걸이에 걸린 외투들. 아직 김이 오르는 종이컵.
경희 (무전기에) 상황실, 여섯 시 십오 분 배 들어왔습니다.
(사이)
사람은 안 들어왔고요.
(타이틀)드라마 대본 양식
한국 드라마 대본은 영화 시나리오와 같은 요소로 씁니다. 씬 번호와 장소·시간, 지문, 인물 이름 옆에 붙는 대사. 다른 것은 뼈대입니다. 표지에 작품 제목과 회차를 적고, 본문 앞에 등장인물 목록을 두며, 씬 번호는 회차마다 S#1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회상, 인서트, 전화 목소리(F), 화면 밖 소리(E), 내레이션(NA) 같은 표기도 영화와 같습니다. 미국식 1시간물은 영화와 같은 할리우드 양식에 막 표시를 더합니다. 요소별 쓰는 법은 시나리오 양식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대본 쓰는 법, 단계별로
- 엔진을 정합니다. 매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상황입니다. 망해 가는 호텔을 운영하는 가족, 미제 사건만 맡는 형사, 이길 수 없는 사건만 맡는 변호사.
- 로그라인을 두 개 씁니다. 시리즈 전체의 로그라인과 1회의 로그라인. 로그라인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 전제형과 비전제형 중 하나를 고르고, 마지막 장면에서 시청자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정합니다.
- 회차를 구성합니다. 그 회의 중심 문제인 A 스토리, B 스토리, 1시간물이라면 흔히 C 스토리까지 적어 두고, 엔딩에서 무엇이 터질지 먼저 정합니다.
- 고정 인물들을 이력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소개합니다. 인물마다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다른 누군가와 부딪혀야 합니다.
- 앞으로 걸리는 엔딩으로 끝냅니다. 2회의 상황을 바꿔 놓는 무언가.
- 초고를 쓰고 분량을 형식에 맞춰 본 뒤, 세계를 설명하기만 하는 장면을 잘라 냅니다.
기획안과 시리즈 바이블
시리즈 바이블은 작품의 참고 문서입니다. 전제와 톤, 주요 인물과 그들의 아크, 세계와 그 규칙, 첫 시즌의 모양과 짧은 회차 아이디어를 담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흔히 기획안이라고 부르고, 극본 공모나 제작사 투고에서는 기획의도, 등장인물 소개, 전체 줄거리, 회차별 줄거리를 1~2회 대본과 함께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직접 써 보는 1회라면 5~15쪽 정도의 기획안이면 충분합니다.
- 시리즈 로그라인과, 왜 이 이야기가 여러 시즌 동안 굴러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한 문단.
- 인물: 각자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숨기고, 한 시즌 동안 어떻게 변하는가.
- 세계: 갈등을 만들어 내는 규칙, 장소, 조직.
- 시즌 개요: 첫 시즌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회차 몇 개에 대한 한 줄씩. 16부작이라면 8회 엔딩의 큰 반전을 미리 정해 두세요.
숏드라마와 세로형 웹드라마 회차
숏드라마는 세로형 드라마, 숏폼 드라마라고도 부르며, 회당 1~3분 안팎의 아주 짧은 회차로 이어지는 연속극 형식입니다. 대개 휴대폰에 맞춰 세로로 찍습니다. 회차마다 처음 몇 초 안에 빠른 훅이 있어야 하고 클리프행어로 끝나며, 한 시즌이 수십 회로 이어지기 때문에 구조는 회차가 아니라 시즌 단위에서 잡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숏드라마 가이드에 있습니다.
Scenaloom에서 써 보기
Scenaloom은 에피소드가 있는 시리즈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에피소드마다 개요가 따로 있고, 에피소드 보드에서 시즌 전체를 카드처럼 배치할 수 있으며, 세계관은 로그라인, 핵심 주제, 직접 만든 사용자 지정 항목을 담는 시리즈 바이블 역할을 합니다. 세로형 시리즈를 위해서는 세계관의 숏드라마 템플릿과, 프로젝트에 고용할 수 있는 숏드라마 프로듀서 어드바이저가 있습니다. 아시아 형식을 고르면 한국 드라마 대본처럼 씬마다 번호가 붙습니다. 개요와 비트 문서를 보거나 시리즈를 시작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드라마 1회 대본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시리즈의 엔진과 1회의 로그라인을 먼저 정하고, 1회 엔딩에서 무엇이 터질지부터 정하세요. 그다음 프롤로그로 시청자를 붙잡고, 주요 인물을 행동으로 소개하면서 엔딩까지 사건을 쌓아 갑니다.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단막극이나 미니시리즈 1~2회 대본과 기획안을 완성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극본 공모, 신인 작가 지원 사업, 드라마 작가 교육원 과정이 대표적인 통로이며, 어느 쪽이든 완성된 대본이 가장 중요한 이력서가 됩니다.
드라마 대본 1회는 몇 쪽인가요?
미국식 1시간 드라마는 할리우드 양식으로 50~65쪽 안팎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A4에 한국식 양식으로 쓰고 회당 60~70분 안팎을 기준으로 분량을 잡으며, 공모전은 요강에 분량을 정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롤로그와 콜드 오픈은 다른 건가요?
거의 같은 역할입니다. 둘 다 타이틀 전에 시청자를 붙잡는 짧은 장면이며, 한국 드라마에서는 프롤로그, 미국 드라마에서는 티저나 콜드 오픈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드라마는 회차 끝에 에필로그를 덧붙이기도 합니다.
1회 대본보다 기획안을 먼저 써야 하나요?
짧게라도 먼저 쓰는 편이 좋습니다. 인물, 세계, 시즌의 큰 흐름을 정해 두면 1회에 무엇을 심어야 하는지 보입니다. 다만 공모전에 낼 완성본은 1회 대본을 쓴 뒤에 다시 다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