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그린 인물 스케치 캐릭터 카드가 책상에 놓여 있다

등장인물 소개는 대본에서 두 곳에 씁니다. 본문 앞에 붙이는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인물 소개서)에는 주요 인물의 이름, 나이, 성격과 욕망을 두세 줄씩 적고, 본문에서는 인물이 처음 나올 때 지문에 ‘이름(나이)’를 쓰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디테일 하나를 붙입니다. 예를 들면 ‘금순(60대), 팁을 두 번 세고 차액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같은 식입니다.

등장인물 소개는 읽는 사람의 첫인상이고, 첫인상은 빨리 굳습니다. 형식은 간단합니다. 기술은 한 문단이 할 일을 대신하는 디테일 하나를 고르는 데 있습니다. 이 글은 인물 소개서와 첫 등장 지문의 형식, 사람을 드러내는 묘사, 단역과 무리를 다루는 법, 읽는 사람이 건너뛰게 만드는 버릇을 차례로 다룹니다.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 쓰는 법과 예시

한국 공모전과 기획안은 대부분 본문 앞에 등장인물 소개를 요구합니다. 분량을 ‘A4 1장 이내’처럼 정해 두는 곳이 많으니 주인공과 핵심 인물 위주로 짧게 씁니다. 인물마다 이름과 나이, 직업이나 처지를 한 줄로 적고, 그 아래에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그를 가로막는지, 남들이 모르는 모순이 무엇인지 두세 줄로 씁니다. 아래는 이 글을 위해 만든 등장인물 소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

한누리(34) 동네 세탁소 2대 사장.
손님 옷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상자에 모아 둔다.
문을 닫을지 말지 1년째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만석(50대) 파산 직전의 건설사 대표. 누리네 세탁소 25년 단골.
무너지는 회사 앞에서도 셔츠 깃만큼은 빳빳해야 하는 사람.

이보람(19) 누리의 조카. 학교를 그만두고 세탁소에 눌러앉았다.
말은 없지만 상자 속 물건의 주인을 하나씩 찾아내기 시작한다.

성격 형용사를 나열하기보다 행동과 욕망으로 쓰는 것이 요령입니다. ‘착하고 소심하다’ 대신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결정하지 못한다’처럼 장면으로 옮길 수 있는 말을 고르세요. 인물을 더 깊게 잡고 싶다면 캐릭터 설정표를 먼저 채워 보세요.

본문에서 인물이 처음 나올 때

본문의 첫 등장은 누구나 알아보는 정해진 모양을 따릅니다.

  • 처음 나오는 지문에서 이름 뒤 괄호에 나이를 씁니다. 34, 20대 후반, 60대처럼 범위로 써도 되고, 그래야 캐스팅의 폭이 넓어집니다.
  • 같은 지문에 짧은 묘사를 한두 문장 붙입니다.
  • 두 번째 등장부터는 이름만 씁니다. 나이를 다시 붙이지 않습니다.
S#3. 빨래방 (밤)

세탁기 한 대만 아직 돌아간다.
개는 테이블 위에 한누리(34), 도서관 책을 읽고 있다.
책갈피 대신 꽂아 둔 반납 영수증. 반납일이 여섯 달 지났다.

이 표기는 읽는 사람과 제작진 모두를 돕습니다. 읽는 사람은 새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캐스팅 담당과 대본 분석을 맡은 스태프는 나이가 붙은 이름만 찾아 훑으면 대사가 있는 배역을 모두 찾을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양식에서는 첫 등장 이름을 대문자로 써서 같은 일을 합니다.

외모 목록 대신 디테일 하나

좋은 등장인물 소개는 외모를 나열하지 않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구체적인 행동이나 물건, 선택 하나를 보여 줍니다. 머리 색, 키, 잘생겼다는 말은 거의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지만, 버릇이나 모순은 그 인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 줍니다.

같은 남자를 두 가지로 소개해 봅니다.

고만석(50대), 키가 크고 희끗한 머리에 잘생긴 얼굴, 정장 차림.
고만석(50대), 파산 심리가 열리는 법원 주차장에서 차 보닛 위에 넥타이를 펴 놓고 다림질한다.

첫 번째는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겉모습을 챙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 하나로 인물 전체를 알려 줍니다. 그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세요. 초상화를 그리느라 장면을 멈추지 않고 이야기가 계속 움직입니다.

찾아볼 만한 디테일

  • 모순: 자기 피를 보면 기절하는 간호사, 주머니에 국어사전을 넣고 다니는 클럽 경비원.
  • 사연이 담긴 물건: 금 간 액정을 테이프로 붙인 휴대폰, 줄에 꿰어 목에 건 결혼반지.
  • 작은 압박 속의 선택: 마지막 남은 의자에 누가 앉는지, 누가 전화를 음성 사서함으로 넘기는지.
  • 남들의 반응: 그가 들어서자 사무실이 조용해진다는 문장이 그를 묘사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말합니다.

외모 묘사와 캐스팅

외모는 이야기에 중요할 때만 씁니다. 유난히 키가 크다는 것이 줄거리를 움직이거나 흉터가 단서라면 넣으세요. 그렇지 않다면 외모를 소개에서 빼서, 그 배역에 맞는 어떤 배우에게도 열려 있게 합니다. 체형, 출신, 외모의 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의 경험이나 이야기에 중요할 때만 쓰고, 습관처럼 붙이지는 마세요. ‘늘씬하고 예쁜 20대’ 같은 캐스팅 공고식 묘사는 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선입견을 보여 줍니다.

단역과 무리 소개하기

단역도 대사가 있다면 처음 나올 때 나이를 붙이지만, 묘사는 훨씬 적어도 됩니다. 역할, 나이, 메모 하나면 충분합니다. ‘톨게이트 직원(70대), 헤드폰을 낀 채 손짓으로 통과시킨다.’ 대사도 없고 눈에 띄는 행동도 없는 사람들은 출근하는 사람들, 종업원, 자전거 탄 아이 둘처럼 배경 묘사의 일부로 둡니다.

무리는 하나로 묶어 소개하고 중요한 사람만 따로 짚습니다. 이름 여섯 개와 나이 여섯 개를 한 줄에 늘어놓으면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읽는 사람이 지칩니다.

똑같은 저지를 입은 자전거 동호회원 넷(20대)이 지도를 두고 말다툼한다.
가장 작은 보람(19)만 실제 도로 표지판을 보고 있다.

자주 하는 실수

  • 인물이 나올 때마다 나이를 다시 붙이는 것. 나이는 첫 등장에만 씁니다.
  • 인물이 아무것도 하기 전에 카메라가 찍을 수 없는 이력을 한 문단 늘어놓는 것. 이력은 인물 소개서로 보냅니다.
  • 찍을 수 없는 속마음. ‘아버지를 한 번도 용서한 적 없다’ 대신 그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을 보여 줍니다.
  • 중간에 이름을 바꾸는 것. 한 씬에서는 ‘박 형사’, 다음 씬에서는 ‘지영’. 대사 앞 이름은 하나로 정해 끝까지 씁니다.
  • 인물 소개서와 본문 묘사가 서로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 소개서의 나이와 직업을 본문과 맞춰 둡니다.

소개는 대사에서 이어집니다. 인물의 첫 대사는 대본 속 누구와도 다르게 들려야 합니다. 말투 만드는 법은 대사 쓰는 법에서 다루고, 시나리오 뮤지엄의 The Keeper는 행동만으로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Scenaloom에서 쓰기

Scenaloom에서는 지문 문장 안에 쓴 이름은 소개답게 지문의 일부로 남고, 따로 ‘인물’ 줄에 쓴 이름은 대사 앞 인물 이름이 됩니다. Scenaloom은 이 이름들로 인물 페이지를 만들고, 형식 점검에서 한 인물이 두 가지로 적힌 경우를 짚어 주기 때문에 한 번 정한 이름이 대본 전체에 똑같이 나옵니다. 인물 페이지에 나이와 설명을 적어 두면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쓸 때도 그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대본 시작하기

소개하기 전에 이름부터 필요하다면 무료 캐릭터 이름 생성기에서 한국 이름을 비롯해 26개 문화권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나리오 등장인물 소개는 어떻게 쓰나요?

본문 앞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에는 이름(나이), 직업이나 처지를 한 줄로 쓰고, 그 아래에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가로막는지를 두세 줄로 씁니다. 본문에서는 처음 나오는 지문에 이름과 나이를 쓰고 그 사람을 드러내는 디테일 하나를 붙입니다.

등장인물 소개는 몇 명까지, 얼마나 길게 쓰나요?

주인공과 이야기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 위주로 씁니다. 공모전은 ‘A4 1장 이내’처럼 분량을 정해 두는 경우가 많고, 인물 한 명에 두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단역은 본문 첫 등장 지문으로 충분합니다.

인물이 나올 때마다 나이를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나이는 처음 나오는 지문에 한 번만 이름 뒤 괄호로 씁니다. 그 뒤로는 이름만 씁니다. 할리우드 양식에서는 첫 등장 이름을 대문자로 쓰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외모 묘사는 얼마나 해야 하나요?

이야기에 중요할 때만 씁니다. 줄거리를 움직이는 특징이 아니라면 외모는 빼고, 성격이 드러나는 행동이나 물건으로 소개하세요. 그래야 배역이 더 많은 배우에게 열려 있고 읽는 사람의 기억에도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