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승전결(起承轉結)은 글이나 이야기를 기(起, 시작), 승(承, 이어받아 펼침), 전(轉, 방향을 바꿈), 결(結, 맺음)의 네 단계로 짜는 4단 구성법입니다. 앞의 두 단계로 상황을 세우고, 세 번째 단계에서 전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 뒤, 마지막에 그 둘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의미를 만듭니다. 서양식 이야기처럼 중심 갈등이 없어도 대비와 놀라움만으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기승전결은 한시의 절구(네 줄짜리 시)에서 나온 구성법으로, 중국에서는 치청좐허(起承轉合), 일본에서는 기쇼텐케츠(起承転結)라고 부르며 동아시아 전체에서 쓰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부터 이 말을 배우고, ‘기승전 치킨’처럼 어떤 이야기든 결국 한 곳으로 흘러간다는 농담에도 쓸 만큼 익숙합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그 익숙한 말을 시나리오 작가의 도구로 다시 살펴봅니다.
기승전결의 뜻: 네 단계가 하는 일
네 단계는 저마다 하는 일이 분명하고, 짧은 글일수록 네 부분의 길이가 거의 같아집니다.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起), 시작: 인물, 장소, 상황을 세웁니다. 아직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관객은 무엇이 평소 모습인지 알게 될 뿐입니다.
- 승(承), 이어받기: 기에서 세운 것을 깊게 합니다. 같은 세계를 더 보여 주고, 상황을 한 걸음 더 따라가며, 관객이 그 안에 자리 잡게 합니다. 아직 전환은 없습니다.
- 전(轉), 전환: 새롭고 겉보기엔 상관없어 보이는 것을 들여옵니다. 다른 장소, 다른 인물, 뜻밖의 시점. 이 구성의 축이 되는 단계로, 관객이 ‘이게 앞이랑 무슨 상관이지?’ 하고 묻게 만듭니다.
- 결(結), 맺음: 전에서 들여온 것과 앞의 두 단계를 이어 하나의 새로운 전체로 만듭니다. 마지막 장면이 앞의 모든 것을 다시 보게 합니다.
기승전결 예시: 한시 한 수
이 구성이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곳은 원래 자리인 한시입니다. 고려 시인 정지상의 「송인(送人)」은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칠언절구입니다. 뜻을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 기: 비 갠 긴 둑에 풀빛이 짙다(雨歇長堤草色多). 풍경을 세웁니다.
- 승: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며 슬픈 노래를 부른다(送君南浦動悲歌). 그 풍경 속에 이별이라는 상황을 잇습니다.
- 전: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를 것인가(大同江水何時盡). 갑자기 시선이 강물로,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 결: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니(別淚年年添綠波). 강물과 눈물이 하나로 묶이며, 이별이 끝나지 않는 까닭이 드러납니다.
누구도 싸우지 않고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셋째 줄에서 시선이 꺾이고 넷째 줄에서 의미가 맺히면서 짧은 시 안에 긴 여운이 생깁니다. 일본에서 자주 인용되는 예도 같은 모양입니다. 라이 산요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노래는 교토 실가게의 두 딸을 소개한 뒤(기, 승), 갑자기 ‘제후는 활로 사람을 죽이고’라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전), ‘실가게 딸은 눈으로 사람을 죽인다’로 묶습니다(결).
기승전결 예시: 네 컷 만화
신문의 네 컷 만화는 네 단계가 가장 잘 보이는 형식입니다. 이 페이지를 위해 만든 네 컷을 보세요.
- 기: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 아파트 화단의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줍니다.
- 승: 비 오는 날에도 나와서, 사료 그릇 위로 우산을 받쳐 줍니다.
- 전: 시내의 한 병원 입원실, 소녀가 창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있습니다.
- 결: 할아버지 휴대폰에 손녀의 메시지가 옵니다. “할아버지, 오늘도 나비 왔어? 사진 보내 줘.” 할아버지가 웃으며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습니다.
셋째 컷은 처음엔 엉뚱해 보이지만, 넷째 컷이 그것을 앞의 두 컷과 이어 주면서 할아버지의 아침 습관이 전혀 다른 의미를 얻습니다.
갈등 없이 이야기가 굴러가는 원리
이 구성이 중심 갈등 없이도 작동하는 까닭은 엔진이 병치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닮지 않은 두 가지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서양 극에서 맞서는 두 사람의 싸움이 하는 일을 대신합니다. 긴장은 ‘이 사람이 이길까?’가 아니라 ‘왜 나한테 이걸 보여 주지?’라는 질문에서 나오고, 결이 그 질문에 답합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짠 이야기에도 다툼, 상실, 위험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은 구조가 그것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점은 깨달음이고, 주인공은 무언가를 쓰러뜨리지 않아도 결에 닿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기승전결과의 차이
한국에서 이야기 구성을 설명할 때는 기승전결의 ‘전’을 갈등이 터지는 위기나 절정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는 발단, 승은 전개, 전은 위기와 절정, 결은 결말이라는 식입니다. 이렇게 읽으면 이 구성은 사실상 갈등 중심의 3막 구조를 네 칸으로 나눈 것이 됩니다. 둘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작가에게 새로운 도구가 되는 쪽은 원래의 뜻입니다. 전을 ‘더 큰 사건’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쓸 때, 갈등을 쌓지 않고도 끝이 강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화로 보는 기승전결
경쟁보다 조용한 관찰과 시점의 전환으로 흘러가는 몇몇 영화는 기승전결에 가깝다는 평을 듣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이웃집 토토로」입니다. 두 자매가 시골집에 자리 잡고, 숲을 탐험하고, 숲의 정령을 만나며, 영화의 위기는 악당과의 대결이 아니라 동생이 길을 잃는 사건으로 풀립니다. 사계절 동안 시골집에서 밥을 지어 먹는 일상을 따라가는 「리틀 포레스트」(2018)도 갈등보다 반복과 계절의 변화로 이야기를 쌓습니다.
이것은 만든 사람이 붙인 이름표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입니다. 장편 영화가 네 단계를 엄격하게 따르는 경우는 드물고, 네 단계 구성은 짧은 형식에서 가장 또렷합니다.
단편 영화와 숏드라마에 기승전결 쓰기
네 단계 구성은 단편 영화, 드라마 한 회, 숏드라마에 잘 맞습니다. 네 움직임이 몇 분 안에 쉽게 들어가고, 긴 빌드업 없이도 전이 강한 마지막 박자를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써 볼 때는 이렇게 해 보세요.
- 결부터 씁니다. 마지막 순간에 관객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정하고, 거꾸로 그 깨달음을 터뜨릴 전을 찾습니다.
- 기와 승을 구체적으로 씁니다. 반복되는 습관, 장소, 몸짓. 앞 절반이 구체적일수록 대비가 날카로워집니다.
- 전에서 장면을 끊고 넘어갑니다. 장소, 시간, 시점이 바뀌는 컷이 화면에서 전환을 알리는 가장 분명한 방법입니다.
- 결은 이미지로 맺습니다. 설명하는 대사보다 소품 하나, 눈빛 하나, 새로운 빛 아래에서 다시 보는 반복 행동으로 끝내세요.
- 시간을 나눕니다. 10분짜리 단편이라면 단계마다 2~3분이 출발점으로 적당하고, 90초짜리 회차라면 단계마다 한두 컷일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전을 대본으로 옮긴 예입니다. 이야기가 뜻밖의 곳으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골목 국숫집 - 밤 민자(70대), 국수 두 그릇을 내려놓는다. 의자 두 개 중 앉은 사람은 민자뿐이다. 민자, 천천히 젓가락을 든다. 맞은편 그릇에서 김만 오른다. > 컷 .인천공항 입국장 - 밤 손으로 그린 국숫집 약도를 든 청년, 휴대폰의 주소와 맞춰 본다. 청년, 뛰기 시작한다.
앞 장면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자리를 충분히 보여 주었기 때문에, 공항으로 넘어가는 컷 하나만으로 관객은 맞은편 그릇의 주인을 짐작하기 시작합니다. 결에서는 청년이 국숫집 문을 여는 장면 하나면 충분합니다. 짧은 회차를 어떻게 끊는지는 숏드라마 가이드에서 다룹니다.
기승전결과 3막 구조 비교
- 엔진: 3막 구조는 갈등과 목표로, 기승전결은 대비와 깨달음으로 굴러갑니다.
- 전환점: 3막 구조는 장애물과 클라이맥스에서, 이쪽은 세 번째 단계의 전에서 꺾입니다.
- 주인공: 3막 구조에는 변하는 능동적인 주인공이 필요하지만, 이쪽은 관찰자나 장소, 여러 사람을 따라가도 됩니다.
- 길이: 3막 구조는 장편에 어울리고, 이쪽은 단편, 회차, 시, 네 컷 만화에서 가장 선명합니다.
둘을 섞을 수도 있습니다. 장편 전체는 3막 구조로 짜고 한 시퀀스 안은 기승전결로 짤 수 있고, 시리즈는 회차마다 네 단계로 이야기하면서 시즌 전체로는 익숙한 갈등을 쌓을 수 있습니다. 더 넓은 비교는 이야기 구조 가이드에 있습니다.
Scenaloom에서 써 보기
Scenaloom의 비트 보드는 3막 구조, 15비트 시트, 영웅의 여정으로 시작할 수 있고 각 비트는 목표 분량(기본 110쪽)에서 보통 차지하는 비율의 자리에 놓입니다. 기승전결 템플릿은 따로 없으므로, 개요에 기, 승, 전, 결 네 단계를 제목으로 적고 장면 보드에서 그 아래로 장면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단편이라면 스토리 맵에서 목표 분량을 짧게 잡으세요. 한국어 대본은 프로젝트를 아시아 형식으로 바꾸면 씬마다 번호가 붙고 ‘이름:대사’ 한 줄 대사로 정리됩니다. 개요와 비트 문서를 보거나 새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기승전결 뜻이 무엇인가요?
기승전결은 한시의 네 줄 구성에서 온 말로, 기(시작), 승(이어받아 펼침), 전(방향을 바꿈), 결(맺음)의 네 단계를 뜻합니다. 지금은 글과 이야기 전반의 4단 구성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입니다.
기승전결 중 의미를 전환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세 번째 단계인 ‘전(轉)’입니다. 한시에서는 셋째 구인 전구가 시상을 바꾸고, 이야기에서는 뜻밖의 장소나 인물, 시점을 들여와 앞의 두 단계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기승전결에도 갈등이 있나요?
있을 수는 있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뜻의 4단 구성은 대비와 깨달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중심 갈등 없이도 성립합니다. 한국에서는 전을 위기나 절정으로 풀이해 갈등 구조로 설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승전결 예시에는 무엇이 있나요?
정지상의 「송인」 같은 한시 절구, 신문의 네 컷 만화가 대표적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웃집 토토로」처럼 경쟁보다 관찰과 시점 전환으로 흘러가는 작품이 기승전결에 가깝다는 평을 듣습니다.
장편 영화를 기승전결로 쓸 수 있나요?
쓸 수는 있지만 장편 전체를 엄격하게 네 단계로 쓰는 경우는 드뭅니다. 장편은 3막 구조로 크게 잡고, 시퀀스나 회차 단위에서 기승전결을 쓰는 방식이 실무에서 더 흔합니다.